어느 죽고 싶었던 하루들

23.03.22.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면 그만큼 생각도 많아진다. 이따금씩 지난 날의 기억들이 떠오르는데 좋았던 기억들과 그렇지 않았던 기억들이 한데 모이다 보면 그것은 전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된다. 그땐 그랬었는데 지금은. 라던지 그땐 정말 도망치고 싶었었는데. 라던지. 몇몇 사람들을 여전히 나를 격려해주고 있지만 내가 나를 ...

언제나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 없다는걸 알지만 그걸 신경쓰지 않는 건 조금 벅차다 조금은 털털한 마음을 가진 나 자신을 바라고 있지만 좀 처럼 쉽지가 않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이 언제나 저 깊은 곳에서 아주 작은 응어리를 안고 있다 애써 모른척 하지만 이따금씩 생각이 난다. 어쩔 수 없는 건 정말 어쩔 수 없다.

간만에 8시 쯤에 일찍 잤는데 별안간 꿈을 꿨다. 나는 처음보는 탈의실에서 유니폼을 갈아입고 있었다. 인사 차원으로 놀러온 것이라고만 인지하고 있었는데 왜인지 유니폼을 입고 싶어했다. 첫 직장에 있었던, 이제는 이름도 기억이 안나는 심부장님을 만났다. 심부장님은 나를 보며 늘 그랬듯 불편한 표정으로 물었다. '또 연기하니?' 나는 대답 없이 그냥 웃었다. ...

전엔 사람들 사이에 부대끼면서 생기는 감정 때문에 우울했는데 지금은 다른 것이 더 큰 문제다 생각이 많아지면서 뇌에 과부하가 왔는지 밤은 더이상 고요하지 않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묘한 소리가 머리를 울리는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귀 안쪽 깊숙한 곳이다 스트레스성이라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저 다른 소리로 상쇄시키는 수 밖에 요즘들어...

조금씩 조금씩 나와 친해져야 한다

친구가 있었다. 이제는 어떻게 해서 처음 만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차리고 보니 언제나 함께하고 있었다. 매일 연락하지 않고 가끔 뭔가 생각나서 연락하면 스스럼없이 얘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친구였다. 학생 때 같이 놀았던 아이들 중 한 명이었는데, 시간이 흘러 그 친구와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사실 그렇게까지 친해질 줄은 몰랐다. 함께 있는 것 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과연 나였을까

이제는 그 장소, 그 계절, 그 시간 속에서 그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고 있음에도, 혼자 만의 시간 속에서 조용히 의미없는 하루를 보낼 때 갖가지 기억들을 떠올리고는 한다. 하나씩 하나씩 떠오르는 힘들었던 순간, 즐거웠던 순간들은 이제 더 이상 현재의 내 것이 아니다. 과거 어느 순간에 있었던 어느 누구 씨의 것이다. 그땐 그랬었지. 어떤 기분이었더라. 머...

초등학교 6학년 마지막 시험에서 2등을 한 이후로, 중학생이 되어 반에서 언제나 5등 안에 들었던 적이 있었다. 뭐든 열심히 잘하려 했고 그래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중학교 3학년이 되고, 뭔가가 바뀌었다. 성적이 떨어지고, 아무도 더 이상 기대하지 않았다. 그렇게 평범하게 졸업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언제나 우울해졌다. 열심히 하고 싶었지...

21.05.07 이리저리 구르고 밟히고 집으로 돌아왔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집에 돌아와서 확인하니 생각보다 여러군데에 상처가 나있을정도로 많이 다쳤다. 상처 난 곳을 붕대와 반창고로 적당히 처치하고 침대 위에 누웠다. 희미한 취침등의 전력이 다되었는지 눈을 깜빡일 때마다 불규칙하게 점멸하고 있었다. 침대 옆에 걸터 앉아 나를 내려다보는 누군가의 시선이 느...

너무 많은 비밀을 가지게 되어버린 탓에

굳이 거짓말을 해서라도 진실을 얘기하지 않을 필요가 있었나. 결국 다른 사람에 의해서 네가 거짓말을 했다는걸 알게되어버렸는데. 너에 대해서 그동안에 갖고 있었던 신뢰는 이미 무너졌다. 하지만 너는 지금보다 더 일찍이 그랬겠지. 그 이유는 내가 알 길이 없고. 그만큼 우리는 많은 얘기를 했음에도 많은 얘기를 하지 못했다. 누구의 잘못이라 명확하게 얘기를 할 ...

알고 보면 가장 선량해보이는 사람이다

사람은 참 어렵다. 대체 어디서부터 기분이 상하는 걸 잡아내야하고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부분을 집어내서 사과 아닌 사과를 하거나 눈치 아닌 눈치를 받아야 하는 걸까. 사소한 말 하나하나가 날카롭게만 들려서 그걸 받아치면 제 의도를 들켰고, 그게 기분 나쁘다는 것 마냥 제멋대로 거침없이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내기 시작하는 사람을 대체 어떤 식으로 대해야하는...

깨져버린 거울의 여러 파편들이 내 얼굴을 각각 다른 곳에서 비추고 있다 각기 다른 위치에 똑같은 내모습은 끔찍하기 그지없다 파편을 하나 집어 들고 주먹으로 꽉 쥐었다 파편마저 나의 일부였기에 당연하게도 아프지 않았다 누군가의 가슴에 박으면 조금이라도 나를 알아봐줄까 우겨넣은 내 진심들은 사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받아들이냐 마느냐는 그 사람들의 자유이...

나답게 사는게 대체 뭔데

나는 네가 불편해 속에 뭔가를 담아두고 보여주질 않아 숨기는게 많다 비밀이 많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진짜 모습이 아닌것 같다 다들 그렇게 살지 않나? 누구나 비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다들 내가 숨기는게 많다고 한다 나는 충분히 적당히 비밀을 가지고 있었는데 남들도 다 그렇게 가식적으로 사는데 왜 나만 보고 가식적이라 하지? 나는 사람이 ...